어제 오랜만에 두산 베어스가 승리를 했습니다. NC 상대로 11:7 힘겹게 이겼네요.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반등을 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야구 구종에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구종 인커브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커브 개요
역사가 오래된 구종으로 1860~187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은 Candy Cummings이라는 투수가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던지면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커브볼을 널리알린투수는세 손가락을 이용한 투구로 전설의 반열에 오른 모데카이 브라운입니다.
그는 어릴 적 일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검지가 절단되었는데 세 개의 손가락으로 던지는 커브볼이 다른 투수들과 달라서 타자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역사가 너무나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curveball은 영어의 관용구로 '(상대를 속이기 위한) 예상치 못한 책략'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에 전해졌는지는 몰라도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낚시글이나 빌드업 글에 '낙차 큰 커브'라는 식의 댓글이 흔히 달리고 있습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변화구의 일종인데, 정확히는 평범하게 스리쿼터 스로로 던졌을 경우 바깥쪽으로 60도 정도의 각도로 휘어들어가는 구종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모든 브레이킹볼 중유일한 탑스핀 구질입니다.
동체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타석에서 보았을 때 확연한 탑스핀 움직임을 볼 수 있고, 붉은 실밥 때문에 연한 분홍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변화구 중각이 가장 크고, 구속이 가장 느립니다. 보통 패스트 볼보 다시 속 20~30km/h정도 느리다고 보시면 됩니다.
커브 단점
다른 변화구와 패스트볼은 손등에서 손바닥 방향으로 손목 관절의 힘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반면, 커브는 손목 관절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손날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부 손목 관절의 힘만을 공에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자에게 간파당하기 쉬운 구종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느린 구속에 더해, 던지는 폼이 다른 구종들과 매우 달라서 타자들에게 읽히기 쉽습니다. 던지는 순간 공에 패스트볼과 정반대의 회전을 줘야 하기 때문에 투수의 손목과 팔이 둥글게 돌아 나오는 폼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추신수의 언급에 따르면, 투수가 공을 손에서 놓는 순간, 살짝 솟아오르는듯한 특유의 궤적을 눈으로 확인하며 '아, 커브구나' 하고 간파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추신수뿐만 아니라 많은 야구선수들이 커브는 던지는 순간 보인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커브는 타자가 던지는 순간 알아채면서 구속까지 느려 타자가 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많은 구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변화구보다도 제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최소한 커브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넣을 수 있는 능력과 유인구로써 존 한참 밑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 이 두 가지는 필수적으로 갖춰주어야 비로소 제 위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타자가 '지금 커브라는 건 알겠는데 존으로 들어오는 커브일까 아니면 유인구일까?'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일단 낙폭은 무조건 기본으로 따라와 줘야 합니다. 커브란걸타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헛스윙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타자의 예상보다 더 떨어져야'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커브는 낙폭과 제구가 모두 뒷받침이 되어야 비로소 위력을 갖는 구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의 기본적인 클래식한 변화구이고 던지기도 쉽지만, 반면에 완벽하게 익히고 실전에서 이득을 보기 어려운 구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야구계에서 커브는 학습이 아니라 투수의 타고난 자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LA 다저스의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체인지업은 기술이고 커브는 감각이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커브를 익히는 이유
이런 단점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 커브를 투수들은 익히는 것일까요?
커브의 장점이라면 단연 종으로 가장 크게 떨어지는 구종이라는 점입니다.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이지만 이건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횡으로휘는슬라이더는타자의 히팅포인트가'선'으로 형성되지만 커브는'점'으로 형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타자가 타이밍과 히팅포인트를 놓치더라도 슬라이더는 타격 기술로 어느 정도 대처할 여지가 있지만 커브는 딱 거기에 맞춰야 정타를 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타가 적고, 슬라이더에 비해 안전한 변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커브도 잘못 던지거나'게스 히팅'에걸리면홈런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카운트 잡기 쉬운 구종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슬라이더는 반대 손 타자를 상대로는 위력이 급감하게 됩니다. 오른손(왼손) 투수 가던 지면 좌타자(우타자)의바깥쪽에서 몸 쪽으로 휘어들어가기 때문에 눈에 점점 가까워지는 구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횡 변화가 적은 커브가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할 때도 매우 유용합니다. 선발 투수들이 커브를 중시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커브는 은근히 단점이 많은 구질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마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야 하는 구종이기도 합니다.
그립이나 투구폼을 통해 타자에게 읽히기 쉽다는 단점은 디셉션(숨김 동작, 기만 동작)의 연마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릴리즈 순간 솟아오르는 궤적 때문에 읽히기 쉽다는 단점 역시 꾸준한 연마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제구 문제 역시 꾸준한 학습과 연마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에 걸리는 시간과 선수 본인의 재능 여부입니다.
아시아, 특히 대한민국 야구계에서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를 보기가 힘든 것도 사실 이러한 문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수 풀이 좁은데 다매이 저리 그처럼 신인을 3~4년 공들여 가며 키울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커브를 오랫동안 학습하고 연마시키기는 힘든 현실입니다.
중, 고등학교 야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독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빠르게 내야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느 세월에 잘 던지는 선수에게 커브를 가르치고 있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한국 커브와 미국 커브는 성질이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평범한 커브도 한국에서는 결정구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미국식 커브'를잘던지는 외국인 투수가 한국 무대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MLB에서도 수준급으로 익히고 사용하는 선수는 적은 편입니다.
팬그래프의 피치 밸류(구종 가치)에는 리그 총합 수치도 있어서 리그에서 어떤 공이 가장 많은 실점을 유발했는지 알 수 있는데, 매년 커브의 구종가치는 패스트볼 바로 다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 커브의 피치 밸류가 10점 이상인(커브를 이용하여 팀의 실점을 10점 이상 방지한) 투수는 5명뿐입니다.
패스트볼은 35명, 슬라이더는 18명, 체인지업은 7명인 것에 비해 비교적 나쁜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커브가 중요하지 않은 구종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가장 공략을 많이 당하고 가치가 떨어지는 구종이 패스트볼이라지만 패스트볼은 모든 투수들에게 있어 투구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 구종이듯, 커브 역시 마찬가지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싶지만 장타의 위험 역시 피해 가고 싶은, 카운트를 잡고 싶은 경우에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에 하나입니다.
때문에 선수 풀이 방대하고 신인 선수를 오랜 시간 들여 육성할 수 있는 데다가 리그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투수의 기본 레퍼토리 중 하나에 꼭 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니 무조건 '이 구종을 던져야만 한다'라는 구종은 없지만, 대한민국 야구판과 달리 커브는 변화구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비록 그것이 정통파 커브볼이 아니라 슬러브, 너클 커브, 파워커브 이런 무시무시한 배리에이션에 속하는 공일지라도 빅리그 선발 투수로 살아남기 위한 3대 구종으로 패스트볼, 체인지업과 함께 꼽히는 볼이 커브입니다.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MLB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데릴카일은패스트볼과 커브볼의 콤비네이션의 정석으로 평가받기도했습니 다.
이는 타국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투수들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시아 선발 투수들 인다르 빗 슈유, 류현진, 마에다 겐타, 기쿠치 유세이, 김광현 중 커브를 던질 줄 모르는 투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
비록 모두 강점을 나타내는 구종은 다른 기 때문에 가려지는 감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으로 커브볼을 던질 수 있습니다. 다만 마무리 투수들에겐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단 1점의 실점도 허용해선 안 되며 행운의 출루마저 제한해야 하는 보직이기 때문입니다.
느리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불안감이 큰 것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탈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이 더 좋은 커터-슬라이더 같은 횡적 무브먼트가 괜찮은 변화구가 클로 저에겐 더 적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현재 커브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는 크레이그 킴브럴, 코디 앨런, 마크 멜란슨, 키오 니켈라, 아로디스 비스카이노 정도입니다.
빠른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합은 이론상 최강, 올드스쿨 정통파 파워피처의 상징과 같은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 샌디 쿠팩스와 놀란 라이언, 드와이트 구든, 최근에는 클레이튼 커쇼가 대표적인 투수들이고 일본 프로야구에선 가네다 마사이치, 곤도 히로시, 호리우치 츠네오, 에나츠 유타카, 에가와 스구루, 그리고 대한민국에 선 최동원, 박찬호 등이 이런 조합을 갖춘 대투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배리 지토나 데이비드 웰스처럼 속구의 위력이 별로지만 커브만 특급인 투수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최근 MLB에서 커브 마스터로 각광받는 투수는 리치 힐 선수입니다. 독립리그를 전전하던 투수가 늦깎이 나이에 각성을 했는데, 커브인 줄 알고도 못 치는 만화 같은 커브가 중심에 있습니다.
이후 패스트볼보다 커브를 더 많이 던지는 발상의 전환으로 특급 활약을 펼치며 37살 유리몸임에도 LA 다저스로부터 3년 4800만 달러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초고속 카메라 등의 장비를 이용한 피칭 분석과 꼼수의 최선두에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찰리 모튼,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 콜린 맥휴 등 커브볼러들을 중용하며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커브 동향
가장 클래식한 변화구지만 은근히 최근 야구에서 다시 각광받는 구종입니다.
KBO 리그에서 2000년대 이후로 윤성환과 정현욱, 임정우, 박종훈, 유희관 등이 커브를 가장 잘 던지는 선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2010년대 중반 LG의 토종 투수들은 수준급의 커브를 장착하며 재미를 보곤 했습니다. 다른 주 무기에 곁들 여사용 하던 봉중근과 이동현, 아예 주무기로 활용하는 임정우와 정찬 헌, 팔색조 피칭을 앞세운 류제국과 임찬규, 아예 메이저리그급 회전수를 자랑하던 신정락 등의 선수들이 있습니다.
피칭 이론이 워낙 다양해서 의견이 제각각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각광받는 NPA의 이론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NPA에서는 자신만의 팔각도에서 모든 볼을 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커 브라고 팔각도나폼이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커브 자체가 손날이 타석 쪽으로 가게 세워서 수도 내려치기 식으로 뿌려주며 탑스핀을 먹여서 꺾이게 만드는 공입니다.
반대로 손바닥이 타석을 바라보게 하고 백스핀을 먹이는 게 패스트볼. 슬라이더나 커터는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변화구는 손목이 아니라 상박 각도와 그립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 야구에선 손목회전을 중시하는데, NPA에서는 무리한 손목회전은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커브볼러였던 데이비드 웰스나 배리 지토 선수도 손목회전은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재 야구계에 지속적으로 로봇 심판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커브볼은 로봇 심판의 도입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종이 될 수 있습니다. 투수가 보더라인에 걸치는 매우 큰 낙폭의 커브볼을 던졌을 때, 공 이스트 라이크 존을 통과해도 포수가 집을 때쯤엔 공이 거의 바닥에 닿아 있기에 스트라이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로봇 심판이 도입될 경우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낙차 큰 커브도존에통과하기만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기에 커브볼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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